주관적 별점 ★★★★
최근 읽은 <공간의 미래>라는 이 책은 몇 줄 미리 읽어보다가 바로 사야겠다고 고른 책이다. 이전에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어떤 도시가 왜 사람들이 몰리는지, 그 도시는 어떻게 해서 조성됐는지를 경제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분석하면서 쉽게 설명해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공간의 미래>는 코로나로 인해 바뀌고 있는 공간과 앞으로 어떻게 공간이 나아가야 할지, 건축과 인문학적인 분석을 통해 예측하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는 주거 공간, 종교 공간, 교육공간, 일터, 도시, 청년의 주거문제 등 총 11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종교와 일터, 그리고 청년의 주거문제 챕터였다.
예전에 유럽에서 큰 교회나 성당들을 구경하면서 왜이렇게 크고 화려하게 만들었을까에 대해서 종종 궁금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챕터를 읽으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종교 챕터에서 저자는 종교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종교에서의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권력과 결속력을 만드는지에 대해서 얘기한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는 종교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직장 챕터에서는 내가 직장인이어서인지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 저자는 우리나라에 회식이 많고 집단주의적 문화가 많은 이유가 벼농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밀농사를 주로 했던 서양권에서는 상대방과 교류하고 서로 돕기보다는 혼자서 씨를 뿌리고 농작하기 때문에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발달했고, 벼농사를 지었던 동양권에서는 품앗이, 협력 등이 없으면 농사를 짓기가 힘들기에 집단주의적인 문화가 발달했으며, 빠르게 산업화가 되면서 아직까지 그 문화가 잔존해 있다는 것이다.(물론 코로나로 이러한 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또 재미있던 것은 동양은 웃음 표시를 ^^로 하고 서양은 :) 이모티콘을 사용한다는 것을 예로 들며, 서구권 사람들은 입으로 상대방을 파악하려하고, 상대적으로 벼농사를 지으며 상대방의 감정에 민감했던 동양에서는 눈을 통해 상대방의 감정을 읽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입은 속일 수 있어도 눈은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양인들은 마스크를 쓰는 것에 더 거부감을 느끼며, 가끔 티비 프로그램이나 미스코리아 대회를 보면 어색하게 입만 웃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헬로키티가 서구권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입이 없기 때문이며, 배트맨이나 조로 등 히어로들을 봐도 입을 가리기보다는 눈을 가리고 나오는 히어로들이 많다는 얘기도 한다.
또 늘어나는 재택근무로 인해 약해지는 기업의 결속력 등을 지적하며 삼성이나 LG같은 한국 기업들의 철학의 부재를 지적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애플과 같은 혁신적인 기업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 제품을 혁신한다는 기업 철학과 이념 아래에 뭉쳐있기에 구성원들의 결속력이 강하지만, 효율성을 중시하지만 기업 철학이 부재하는 한국 기업(삼성, LG 등)은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약하며, 이를 유니폼이나 로고 등으로 결속력을 강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획일화된 방식으로 결속력을 강화하는 조직은 상대적으로 창의적일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청년의 주거 챕터에서 저자는 정부의 공공 임대주택사업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청년들에게 임대주택을 준다고 해서 5년 후에 과연 집을 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반문하며, 정부의 임대주택을 확장하는 사업은 청년들의 정부 의존도를 높일 뿐이며, 정치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지주가 된다고 한다. 저자는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집값을 내려서 일단 청년들에게 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주장한다.
또한,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도 '현상을 이해하기 전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 옳고 그름을 먼저 따지는 자세는 위험하다. 옳고 그름의 윤리적 판단은 시간이 지나 객관적 시각을 가진 후에 자신이 주체적으로 해야 한다. 사실을 냉정하게 보기 이전에 성급하게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선입견을 만들고 감정에 휘둘리기 쉽다.(p274)'며 아주 중립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멋진 말이다!)
저자는 책 전체에서 사실 굉장히 민감할 수도 있는 주제를 철저하게 분석하면서 자기만의 시선으로 의견을 얘기한다. 민감한 주제임에도 저자의 시각이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저자가 자신이 직접 어떠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보다, 한 발짝 떨어진 상태에서 분석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도 주거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있는 청년으로 앞으로 다가올 도시와 공간의 변화에 대해서 한 개인으로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앞으로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집을 산다면(살 수 있다면)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겨야할지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책을 읽거나 살 생각이 있다면 적극 추천한다!
다음 책은 사놓고 계속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 미루고 미뤄놨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꼭 읽어야 겠다. 단편 소설집이라 금방 읽을 것 같으면서도 사실 김초엽씨의 문체는 이분이 화학 석사여서 그런가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어서 뭔가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 같다. 그럼 유현준 작가의 공간의 미래 서평 끝!
'리뷰 >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서평 (0) | 2022.05.08 |
---|---|
소설 책 [일의 기쁨과 슬픔] 짧은 서평 (0) | 2022.01.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