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릭스 버스를 타고 드레스덴에 도착했다.
플릭스 버스는 캐리어 같은 대형 가방을 짐칸에 놓고 탄다. 인터넷 플릭스 버스 후기에서 가방을 훔쳐간다는 글이 있어서 살짝 걱정했다. 그래서 휴게소에 들릴 잠깐 들릴 때 밖에 바람쐬러 나가는 척 밖에 나가서 잠시 서 있었다. 근데 괜한 걱정이었나보다. 아무도 훔쳐가지 않았고, 오히려 버스에 탄 사람들 중에서 창문을 내다보며 가방이 안전한지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랑 똑같은 글을 읽었나..
여태 유럽에 와서 여러번 장거리 버스를 탔지만 한번도 버스를 타면서 그런 적은 없었다. 플릭스 버스를 애용하는 이유는 학생할인이 된다. 그래서 진짜 10유로 이내에 (한 5~7유로 정도였던 것 같다)도시간 이동이 가능하다. 유레일 패스를 사도 되지만 나는 부다페스트에서 포르투로 비행기로 점프를 뛰어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가까운 거리들 간 이동은 플릭스 버스를 탔다.
드레스덴에 처음 오자마자 느낀 점은 도시가 크기는 엄청 큰데 뭔가 황량하다는 느낌이었다.
건물들이 듬성듬성 크고 넓게 돼 있으니 살짝 무섭기도 했다.
도착하자마자 밥을 케밥하고 커리 부어스트밖에 먹지 않아서 배가 무척 고팠다. 그래서 식당열려있는 곳 중에서 그냥 적당히 싸고 괜찮아 보이는 곳에 가기로 했다. 마침 약간 체인점 같은? 피자집이 있길래 피자집에 들어갔다. 막상 메뉴판을 보니 피자가 싸 보이길래(4~5유로, 한화 6000원 정도)
피자랑 배가 고파서 사이드 메뉴(라고 생각했던..)감자 튀김을 시켰는데 이게 웬걸..?
내가 사이드메뉴라고 생각했던 감자튀김을 한접시 가득 부어줬고, 피자도 혼자서 다 먹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의 크기였다. 나는 피자가 5유로 밖에 안하길래 뭐 한 두세조각 주거나 반 만 주겠거니 했는데, 그냥 한판이었다. 사이드 메뉴인 감자튀김도 한국에서 보통 체인점 피자나 치킨집에서 시킬 때 나오는 조그마한 사이즈의 감자튀김을 생각했는데, 그냥 감자튀김만 먹어도 한끼 식사가 될 정도로 만들어줬다. 이게 독일인의 1인분 평균 인건가..? 앞으로는 잘 생각하고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맛은 있었다. 피자는 2/3정도 먹고 기름져서 포기했고 감자튀김은 진짜 많이 못먹었던 것 같다. 초딩입맛이라 피자, 치킨, 고기 이런걸 좋아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양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리고 바로 숙소로 이동했다. 예약했던 숙소는
Hostel kangaroo-stop(한화 22,529원) ( 아 참고로 전에 베를린에서 있었던 호스텔 숙소의 가격은 ₩14,488원이었다..)
숙소가 평점이 좋았고(Book.com 기준 8.6)내가 버스로 도착할 장소인 Bahnhof Dresden-Neustadt라는 역에서(드레스덴은 도착 가능한 역이 두군데 있다) 아주 가까워 위치성이 좋아 선택했다.
서비스는 좋았지만 시설면에서는 약간 오래된 느낌이 있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드레스덴에 있는 호스텔 중에서는 싼 편이고 평점도 좋아서 선택했다. 리셉션에 있던 주인 아주머니분은 적극적으로 가볼만한 곳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아주 친절했다.
숙소에 들어갔는데, 전부 아시아인들만 있었다. 일부로 배려해준 것 같았다. 숙소 안에는 나 외에 베트남 여성, 한국계 미국인 남성 1명, 일본인 모자 2명이 있었다. 엄마와 아들이 둘이서만 호스텔에서 여행하는건 흔치 않은 풍경인데 신기했다. 그러나 두 명은 낯을 가리는 듯 전혀 인사하지 않았다.
다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한국계 미국인은 약간 어눌하지만 한국어를 잘 해서 몇마디 대화를 나눴다. 나름 얘기가 잘 통해서 재밌었는데, 이때 유럽에서 처음으로 한국어로 대화를 해서 약간 기분이 좋았다. 아쉽지만 그 사람은 바로 다음 날 숙소를 떠난다고 했다.
그리고 베트남인 한명과도 대화를 나눴는데, 자기는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중이라고 했다. 나는 베트남 여행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몇마디 대화를 나눴다. 숙소에서 마트가 가깝다고 해서 내일 아침도 사놓을 겸, 마트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베트남 여행자가 자기도 마침 마트에 갈 일이 있다고 해서 같이 갔다.
마트 물가는 생각보다 저렴했다. 나는 버스 이동시간이 길어서 버스에서 먹을 비상식량 초코바와 아침에 먹을 샌드위치, 과일(살 생각은 없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저렴해서 샀다)을 샀다. 숙소에 들어가서 바로 잠들었다. 그런데 베트남 여행자가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아침에 깼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 뒤, 짐을 호스텔에 맡기고 드레스덴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호스텔에서는 짐을 맡아달라고 하면 맡아준다. 자물쇠같은 걸로 잠궈놓고 맡아주는 곳도 있다
드레스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에 의해 폭격을 맞은 도시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건물 곳곳이 시커멓게 그을려있거나 부숴진 흔적이 남아있다. 지금은 꽤나 유명한 관광지지만, 그 때 당시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폭격을 맞을 때 주민들의 심정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힘들었을지 상상이 갔다. 이런 건축물이 정말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드레스덴 도시의 풍경을 감상했다. 비성수기라 관광객이 정말 없었고 웅장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리고 왕들이 머물렀다는 드레스덴의 츠빙거 궁전
드레스덴은 과거 작센 왕국의 수도였고 바로크 양식 궁전의 걸작이라는데, 외부에서 볼 땐 너무 커서 우와 했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사실 별로 둘러볼 건 없었다. 오히려 츠빙거 궁전보다는 거리의 풍경들이 더 좋았다. 한바퀴 정도 둘러보고 나왔다.
(그래도 너무 커서 다 돌아버려면 꽤 걸린다)
그리고 드레스덴에서 크로이츠 교회에 가면 4유로를 내고 옥상에 올라가 드레스덴의 전망을 볼 수 있는데 꼭 추천한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조금 춥긴 했지만, 계속 있고 싶은 장소였다. 드레스덴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축제같은 걸 하는데 이 곳에서 보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한다.
그리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유명한 작가, 괴테가 이곳을 보고 '유럽의 테라스'라고 부른 브륄의 테라스에 가봤다.
많은 관광객, 현지인들이 테라스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산책을 하고 있었다. 현지인들은 이런 곳에서 맨날 산책할 수 있다는 게 조금 부러웠다. 그래도 날씨가 조금 흐리고 추워서 사람들이 많이 없긴 했다. 테라스에서 보이는 엘베강의 전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보통 드레스덴은 베를린 근교에 있어서 당일치기로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참 애매한 장소인 것 같다. 야경이 멋있기는 한데 또 유럽의 다른 야경맛집 도시들과 비교해보면 음.. 그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쨌든 주간에만 와도 충분하긴 하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슈톨렌' 이라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먹는 전통 드레스덴 빵이 있다고 하고 그 때는 야경이 더 멋있다고 하니 그 기간이면 야경보러 일정을 따로 낼 만하다.
그리고 점심이 돼서 배가고파서 이번에는 미루고 미뤘던 슈니첼을 먹어보기로 했다.
드디어 먹어보게 된 슈니첼!
음.. 생각보다 맛있긴 했지만, 그렇게 엄청 맛있지는 않았다. 바삭하게 튀긴 돈가스랄까..? 애초에 돈가스 맛 정도를 기대했어서 그냥 생각한대로의 맛이었다. 슈니첼은 돈가스와 달리 튀기지 않고 부침개처럼 부친다는데, 그래서인지 좀 덜 기름지고 덜 느끼한 건 있었다. 사진으로만 봤을 땐 겉바속촉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겉바속무난무난 같은 느낌이다. 이런 슈니첼은 고기의 두께가 두툼한 일본식돈가스보다는 고기가 얇게 펴진 경양식 돈가스쪽에 더 가깝다.
밥을 다 먹고 난 뒤에 드레스덴의 유명한 벽화, 군주의 행렬을 보러갔다. 군주의 행렬은 폭격 당시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은 작품으로, 길이가 무려 100M에 달한다.
군주의 행렬은 작센 지방의 역사를 그려낸 작품으로, 1127년부터 1873년까지 작센의 지배자들을 담은 그림이다. 원래 19세기 초에 페인팅됐으나 야외에 페인팅된 작품이기에 비 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그래서 1904년부터 1907년까지 도자기로 바꿔치웠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에 프라하로 이동해야 됐기에 다시 숙소로 가서 맡긴 짐을 되찾았다.
이번에 버스는 플릭스 버스가 아니라 RegioJet이라는 체코 소속 버스회사의 버스를 탔다. 플릭스 버스보다 평도 좋고 값도 더 쌌던 것 같다. RegioJet도 학생할인을 받을 수 있다. 나도 덕분에 싸게 이용할 수 있어서 도시간 이동시에는 버스를 애용했다.
드레스덴 여행 끝! 다음 도시는 프라하이다.
밑에는 버스에서 이동 중에 일몰이 져서 풍경이 이뻐 찍은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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