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 버스를 타고 그라나다에 도착해서 바로 호스텔을 갔다. 숙소로 왔는데, 호스텔 주인이 나보고 한국인이냐며, 기생충이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걸 축하한다고 말했다. 자기도 그걸 봤는데 굉장히 훌륭한 영화였다고 쏼라쏼라 칭찬했다. 그래서 오 어느 장면이 좋았냐 하면서 같이 영화 얘기를 했다. 호스텔 주인은 정말 좋은 영화라면서 자기 아이들하고도 다시 보고싶(아이들 하고 봐도 되는 영화인가..)단다. 그런데 옆에 있는 브라질인가 아르헨티나 친구가 껴 들더니, 자기네 나라 영화도 아카데미에 올라갔다~ 그거 꼭 봐야한다~내가보기엔 기생충보다 나은데 2등한게 아쉽다~이런 식으로 말을 하길래 그냥 뉘에뉘에~하면서 맞춰주다가 들어갔다.
생각보다 문화가 가진 파급력이라는 게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삼성이나 LG, 현대자동차 같은 게 외국시장에 많이 진출해 있긴 하지만, 정작 물어보면 '오 그게 한국거였어?'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오~ 일본이나 중국 어디껀줄 알았는데 이런다) 그런데 영화는 단번에 우리나라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니, 그 파급효과가 웬만한 상품보다 낫다.
개인적으로 국뽕이니 애국심은 전혀 없는 편이지만, 될 수 있으면 나라가 잘 돼야 결국엔 나한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힘이 없는 약소국은 결국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고 어딜 가도 인정받지 못한다.
그대로 밤을 보내기 아쉬워 동행을 구해 그라나다의 타파스 문화를 체험했다. 그라나다 하면 보통 사람들이 타파스 투어, 알함브라궁전 이 두가지만 생각한다. 근데 정말 그게 다다. 그거 두개만 해도 이 그라나다는 차고 넘칠 정도로 좋다.
그라나다는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거의 유일무이하게 타파스 문화가 있는 곳이다. 이 타파스 문화가 뭐냐면, 그냥 음료 아무거나 시키면 안주를 랜덤으로 꽁짜로 내준다! 술꾼들에게는 천국이다 술이 아니고 마시는 음료같은 걸 시켜도 준다. 솔직히 정말 남는게 있나..?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후한 인심이다.
타파스 투어라는게 별거 아니다. 그냥 안주가 맛있는 타파스 집들을 투어하는 거다. 보통은 가게마다 2종류 정도를 준비해서 주는데, 3번 째 시킬때부터는 어차피 대부분 메뉴가 똑같기때문에 그 이상 먹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한 가게당 음료를 2번 정도 시키고 나가서 다른 집에서 또 타파스를 먹어보는 게 바로 타파스 투어다.
아쉽지만 타파스의 사진들은 다 날라가서 없다.. 조그마한 접시에 인원수에 맞춰서 흰 접시에 안주를 담아서 주는데, 양이 꽤나 푸짐하다.
대부분은 아래처럼 해산물이나 오징어, 감자칩, 소시지, 베이컨, 고기, 버섯구이 등 다양하게 나오는 편이다. 집집마다 나오는 음식이 꽤나 달라서 먹어보는 재미가 있다. 근데 양을 꽤 많이 줘서 너무 배가 부르다.. 투어하고 싶어도 많이 못 먹는다. 진짜 제대로 하고 싶다면 배를 완전 비우고 하거나, 몇일에 걸쳐서 하는게 좋을 거 같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타파스 접시보다는 이런 식으로 대충 담아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 약간 인기있는 집들은 타파스 하나하를 이쁘게 담고 요리에도 좀 공들인 음식들이 나온다. 그런 집들은 대기시간도 있고 사람도 많아서 들어가기 힘들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알함브라에 가기로 했다. 나는 그냥 걸어가기로 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났다. 사실 지금에서야 알게된 건데, 그라나다의 몇몇 지역은 치안이 좀 안좋은 편이라고 한다. 그라나다라는 도시 자체는 알함브라를 제외하면 엄청 관광지로 각광받는? 지역은 아닌 거 같다. 생각보다 관광객을 많이 보지는 못했고, 그냥 도시1 같은 느낌이었다.
오래 걷다보니 배가 고파서 케밥을 먹었다. 역시 저렴하고 간편하게 떼우기엔 케밥만한게 없다. 알함브라 궁전 앞에 도착했는데, 우연인지 포르투갈 호스텔에서 같이 술을 마셨던 분과 만나게 된다. 그냥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얘기를 들어보니 나중에 일정이 겹치기에 바르셀로나에서 만나기로 했다(그리고 실제로 만나서 같이 다녔다). 진짜 이렇게 갑자기 마주치는 걸 보니 인연이란게 있긴 있나보다.
아참, 알함브라 궁전은 최소 한달전에는 예약해야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그 기간 내에 예약을 못했다면 매일 알함브라 사이트에 들어가서 누가 취소하는 표를 새로고침하면서 예매해야 된다. 미리 예매를 안했다면 밤에 들어가보면 취소한 사람들의 표를 재빨리 낚아채야 된다. 근데 생각보다 취소표가 그래도 있는 편이라 몇일 눈팅하다보면 표는 구할 수 있긴 하다.
그리고 알함브라에 오자 엄청나게 감동받았다. 이렇게 까지 정교할 수가 있다니..
정말 미칠듯한 세심함과 정교함을 느낄 수 있다. 아주 숙련된 장인이 섬세하게 조각한 것 같다. 이슬람은 우상숭배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알라의 형상을 한 어떤 조각품도 볼 수 없다. 그래서인지 그런 것들을 만들 시간에 이렇게 세심하고 정성들여서 만드는 것 같다. 알함브라 궁전은 자세히 알고 보면 아주 많은 내용이 숨겨져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귀찮으니 대략 생략하겠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잘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이라는 드라마때문에 유명하다는데 사실 안 봐서 모르겠다. 참고로 저 벽 무늬에 간간히 새겨져 있는 글자에는 알라신을 숭배하라는 글자가 몇천자씩 아랍어로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라나다 여행기 1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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