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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유럽여행기_포르투갈_리스본_1

by 드레드. 2021.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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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리스본에 도착하자 마자 든 리스본은 '대도시'라는 게 느껴졌다. 포르투갈의 수도인 만큼 포르투같이 관광지 보다는 사람들이 생활터전이었고, 그만큼 생기가 넘치는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대도시답지 않게 포르투갈 특유의 여유로움이 넘치는 도시기도 했다.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해서 티안나게 유심히 구경하곤 한다. 여러 대도시들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대략적으로 삶에 찌든 멍한 표정같은 것들이 보이기 마련인데, 포르투갈에는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이 덜 하고 사람들도 어쩐지 조용(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느 곳에서도 호객행위가 전혀 없었다)했다.

 

 

이건 나만 느낀 점이 아니라 정말 얘기해본 대부분이 공감하는 점이었다. 포르투갈인들의 조용하고 여유로움에서 묻어나오는 은은한 미소를 가끔 볼때마다 어쩐지 나까지 마음이 여유롭고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리스본으로 가는 기차에서, 포르투갈의 흔한 기차역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유난히 흑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점이었다. 포르투도 리스본과  마찬가지로 항구도시였지만,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사실 거의 못봤던 것 같다). 그래서 찾아보니 정말 유럽 다른 도시들에 비해 아프리카에서 유입된 흑인들이 많다고 한다. 찾아보니 실제로 포르투는 백인 비율이 많고, 북부 포르투를 중심으로한 사람들과 남부 리스본과 지역감정구도가 어느정도 있다고 한다.

 

 

(북부를 중심으로 한 포르투사람들은 남부 사람들에게 '아랍, 무어인놈'들 / 리스본을 비롯한 남부를 중심으로 한 사람들은 북부사람들에게 '동유럽 집시'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하는 은근한 지역 감정이 있다고 한다)

 

 

리스본에 흑인이 많은 이유는 역사적인 배경 때문인데, 한참 포르투갈이 식민지 지배 당시,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유입됐고 백인들이 대항해시대 때 돌아오지 않으면서, 백인 귀족들과 흑인들이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혼혈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포르투갈은 국가 행정 상 인종구분을 하지 않으며(심지어 프랑스도 구분한다고 한다) 다양성을 어느나라보다 존중하고, 어느나라보다 인종을 구분하는 것을 꺼려(아시아인에게도 그렇게 해주길..)한다고 한다.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전망대에 가려고 했는데, 문제는 리스본이 엄청난 언덕도시라는 점이었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걸어서 전망대에 가려고 했으나, 엄청난 체력소모가 있을 거 같아서 트램을 타려고 했다. 그런데..

 

트램을 타려고 보니 관광객들이 모두 다 트램 앞에서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타도 사람들이 꽉꽉 들어찬 트램에 낑겨서 가야할 거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가느니 그냥 트램을 포기하고 걸어가기로 했다.

 

덕분에 가면서 멋진 벽화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 내내 그려져있어 심심하지는 않았고, 나 처럼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전망대, 마침 딱 보기좋게 노을이 지고 있어서 멋진 뷰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미 밤이 늦어서 딱히 갈만한 곳도 없었으므로, 오늘은 그냥 전망대에서 하루를 다 보내기로 했다. 

 

여기에는 정말 오래있었는데, 그만큼 보람이 있었다. 

 

내려올때 즈음엔 정말 어두워져있었는데, 함정이 하나 있었다.

언덕길에서 내려가야하는데 골목길이 꽤나 어두웠던 탓이었다. 또 낮에는 그렇게 이뻤던 벽화들이 갑자기 다르게무서워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가는 길에서 죽은 쥐 시체를 발견해서 진지하게 무서워졌지만, 빠른 걸음으로 가다가 헛디딜 것 같아서 천천히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려가는 길에 한국인 간판이 있는 기념품 가게가 보여서 들어가봤다. 근데 진짜 한국말을 하는 포르투갈인이었다.

 

 

한국말을 아주 유창하게 하는 부산아저씨.. 한국에서 몇년간 일했다고 한다. 엄청 친절하며, 한국인이라고 하면 가격도 엄청 깎아준다(이거 원래 4유론데, 한국인이니까 2유로! 하면서 깎아준다)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하니 명함도 주고 정말 좋은 아저씨였다. 실제로 깎아주는 가격은 타 기념품 가게들에 비해서 살짝 저렴한 편이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길에 포르투갈 전통주, 체리주(진자)를 먹어보기로 했다. 리스본에서는 거리에서 진자를 파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잔은 아주 작은 소주잔 정도에 체리와 설탕을 섞어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말 달고 맛있다. 간식() 같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서, 한국인들과 떡볶이 파티를 하기로 해서 재료를 사서 호스텔 주방에서 해 먹었다. 처음에는 한 네 다섯명 밖에 없었는데, 우리가 너무 많이 만들어서 주변에 계신 분들한테 떡볶이를 나눠주다 보니 갑자기 술파티가 됐다. 이때도 진탕 마셨다.  누가 떡볶이 줘서 고맙다고 라면을 가져와서 결국 라면도 끓여먹었다

 

여기서 얘기하면서 정말 여행 경험도 공유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로마에서 유적지 근처에서 흑인들한테 둘러쌓여서 삥뜯긴 얘기도 듣고, 유럽 내 한인 민박에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근데 들었던 충격적인 사실은, 유럽 내 한인 민박들은 대부분 다 불법이며, 호스텔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거의 돈을 안준다고 한다(한달에 20~30만원 꼴..). 그렇게 해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고(숙식제공이니) 정식으로 신청한 업종이 아니어서 세금도 안내고 인건비도 안드니 돈을 꽤 잘 번다는 사실이었다. 현지인들은 알면서도 약간 묵인?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들이 꽤 있으니.. 가끔 걸리면 다 들고 튄다고 한다.

 

술을 꽤 많이 마셔서 정말 푹 잤던 것 같다. (다음날 호스텔 사람들하고 이른 아침에 같이 다니기로 한 건 함정이었지만..)

 

어쨌든 포르투갈 리스본 여행기 1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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